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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일본, 오키나와에서 천천히 살아보기

by 요가하는고래 2025. 6. 8.

 

낯선 일본, 오키나와에서 천천히 살아보기

“여기 정말 일본 맞아?”
처음 나하 공항에 도착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 야자수가 흔들리는 풍경, 그리고 피부가 약간 끈적이는 그 습기까지.
익숙한 일본이 아니라, 동남아와 미국 사이 어딘가를 떠도는 ‘제3의 공간’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낯섦이 오히려 오키나와를 기억하게 만드는 힘이었습니다.
조용히 하루를 보내고 싶은 사람, 바다만 바라봐도 행복한 사람, 목적 없는 여행을 즐기는 사람에게 오키나와는 더없이 좋은 곳입니다.

 

https://yoganam.tistory.com/entry/%EC%98%A4%ED%82%A4%EB%82%98%EC%99%80-%EB%A6%AC%EC%A1%B0%ED%8A%B8-%EC%B6%94%EC%B2%9C-5%EA%B3%B3-%EC%9C%84%EC%B9%98-%EA%B0%80%EA%B2%A9-%EB%B6%84%EC%9C%84%EA%B8%B0-%EB%B9%84%EA%B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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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계획이 없는 날, 오키나와의 아침

아침 7시, 바다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로 눈을 뜨고
창문을 열자 햇살이 천천히 객실 바닥을 기어 올라옵니다.
조식도 예약하지 않았고, 누군가를 만나야 할 약속도 없었습니다.

근처 마트에서 산 오키나와식 두부요리 '유시 도후', 그리고 시원한 시쿠와사 주스를 마시며 느릿하게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이곳에서는 무엇이든 서두를 이유가 없습니다.
해가 뜨는 속도도, 사람들이 걷는 속도도,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는 속도조차 ‘천천히’입니다.


일본 같지 않은 일본 음식

오키나와의 음식은 일본 본토와는 결이 다릅니다.
라멘보다 소바가 더 많고, 튀김보다는 찜이 많습니다.
‘오키나와 소바’는 밀가루면에 돼지 뼈 육수를 붓고, 그 위에 삶은 삼겹살을 얹는 방식인데
맛은 담백하지만 묘하게 중독성이 있어 한 번 먹으면 계속 생각납니다.

그리고 꼭 먹어봐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고야참푸루'.
여름 채소인 고야(여주)를 돼지고기, 두부와 함께 볶은 음식인데,
처음엔 그 씁쓸한 맛에 놀라다가도 이내 시원한 맥주와 완벽하게 어울리는 조합에 감탄하게 됩니다.

생선도 신선하고, 맥주는 오리온이 기본.
저녁이 되면 근처 이자카야에서 생선회를 몇 점 시키고, 오키나와 민요가 들리는 공간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여행자들이 모여듭니다.


사람, 풍경, 공기의 결이 다른 곳

오키나와 사람들은 조용합니다.
하지만 필요할 때는 웃으며 먼저 다가오고, 모르는 길을 물어보면 끝까지 따라와 안내해주는 친절함을 갖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느끼는 도시인의 예의바름과는 다른, 더 유연하고 따뜻한 느낌입니다.

오키나와의 풍경은 특별하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바다는 투명하고, 하늘은 넓고, 산호초 위로 지어진 마을들은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줍니다.
사진을 많이 찍지 않게 되고, 그저 눈으로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행자보다 '머무는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섬

어느 날 저녁, 모토부 지역의 작은 전망대에서 석양을 바라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에서 한 달쯤 살아볼 수 있을까?’
매일 아침 바다를 보고, 점심에는 시장에서 간단한 반찬을 사 와 밥을 지어먹고,
저녁엔 근처 온천에서 몸을 담근 뒤, 숙소 발코니에서 별을 보는 그런 일상.

오키나와는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섬입니다.
짧은 여행을 다녀오면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은 쉽게 들지 않지만,
오키나와만큼은 ‘다시 와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남습니다.


여행이 아니라 삶의 속도를 맞추는 곳

일부러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여행지가 있습니다.
오키나와는 그중 하나입니다.
바닷가를 걷다 문득 앉고 싶을 때는 앉고, 뭘 먹을지 몰라 아무 가게나 들어가도 실망하지 않고,
시간이 남아도 불안하지 않은 여행.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오키나와를 다시 떠올려봤습니다.
‘특별히 한 건 없는데 너무 좋았다.’
그런 생각이 드는 곳이야말로 진짜 좋은 여행지 아닐까요?

오키나와는 그렇게, 특별한 이벤트 없이도 마음을 천천히 적셔주는 여행지였습니다.